서버 전원 장치의 출력단에 22 μF 세라믹 커패시터를 여러 개 붙여 두고도 부하 과도 응답에서 전압 강하가 예상보다 크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인은 부품 불량보다 표기 용량을 그대로 믿은 계산인 경우가 많습니다. 커패시터의 DC 바이어스 특성을 알고 계산에 넣으면 이런 상황을 설계 단계에서 막을 수 있습니다.
표기 용량과 동작점 용량이 다른 이유
데이터시트 첫 줄에 적힌 용량 값은 통상 무바이어스 소신호 조건에서 측정한 값입니다. DC 전압을 걸지 않고 아주 작은 교류 신호만 인가한 상태에서 잰 값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서버 전원 장치의 출력단 커패시터는 동작 중 내내 출력 전압만큼의 DC 전압을 받습니다. 측정 조건과 동작 조건이 다르므로 두 용량이 같을 이유가 없습니다.
차이가 생기는 자리는 유전체입니다. X5R, X7R 같은 Class II 유전체는 BaTiO3 계열 강유전체를 사용합니다. 강유전체 내부의 분극은 외부 전계가 커질수록 이미 정렬된 상태에 가까워지고, 전계를 조금 더 올렸을 때 추가로 정렬되는 분극의 양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는 동작점에서의 유전율이 감소한다는 뜻이며, 유전율이 정전 용량을 결정하므로 DC 바이어스가 높아질수록 용량이 감소합니다.
Class I인 C0G, NP0 유전체는 상유전체 기반이라 이 현상이 사실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같은 케이스 크기에서 얻을 수 있는 용량이 훨씬 작아 출력단의 벌크 용량 자리에는 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서버 전원 출력단에서는 Class II를 쓰되 감소분을 계산에 반영하는 방식이 기본이 됩니다. 상시 DC 전압이 걸리는 자리라는 점이 이 부품 선정을 계산 문제로 만듭니다.
감소율에서 실효 용량을 구하는 식
데이터시트의 DC 바이어스 곡선은 보통 인가 DC 전압을 가로축, 용량 변화율을 세로축으로 그립니다. 설계자가 할 일은 동작점 전압에서 세로축 값을 읽어 감소율로 옮기는 것입니다. 감소율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서 C_nom은 표기 용량으로 단위는 μF이고, C_eff는 동작점 실효 용량으로 단위는 μF이며, a_dc는 감소율로 단위가 없는 값입니다. 곡선에서 읽은 값이 -55%라면 a_dc는 0.55입니다. 식 (1)을 실효 용량에 대해 정리하면 실제로 쓰는 환산식이 나옵니다.
병렬로 연결한 커패시터의 합성 용량은 각 소자 용량의 합입니다. 따라서 요구 용량을 C_req로 두면 필요한 개수 N은 다음 관계를 만족해야 합니다.
식 (3)에서 분모에 들어가는 값이 C_nom이 아니라 C_eff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개수 산정을 표기 용량으로 하면 뱅크 전체 용량이 요구값에 미달합니다.
3kW 서버 전원 12V 출력단 예제 계산
계산 절차를 보이기 위해 조건을 정해 두겠습니다. 3kW급 서버 전원 장치의 12V 출력 레일이고, 출력단 세라믹 커패시터 뱅크의 요구 용량 C_req는 220 μF입니다. 사용하는 부품은 정격 전압 25V의 22 μF X7R이며, 동작점 12V에서 DC 바이어스 곡선이 -55%로 읽힌다고 가정합니다. 요구 용량과 감소율은 모두 절차를 보이기 위한 예제 값입니다. 실제 설계에서는 사용하는 부품의 데이터시트 DC 바이어스 곡선을 직접 읽어야 하고, 요구 용량은 제품의 출력 전압과 과도 응답 규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식 (2)에 값을 넣으면 실효 용량은 22 μF에 0.45를 곱한 9.9 μF입니다. 표기 용량의 절반이 되지 않습니다. 이 값을 식 (3)에 넣으면 220을 9.9로 나눈 22.22가 나오고, 개수는 정수여야 하므로 23개가 필요합니다.
표기 용량으로 계산했다면 220을 22로 나눈 10개로 끝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10개를 실장하면 동작점에서의 뱅크 용량은 9.9 μF의 열 배인 99 μF입니다. 요구 용량의 45%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하 과도 응답에서 전압 강하가 계산보다 두 배 이상 크게 나오는 상황이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설계 여유를 정하는 기준과 정격 전압에 대한 오해
DC 바이어스에 의한 감소는 온도 특성, AC 인가 전압에 따른 변화, 경년 변화와 별개로 겹쳐서 나타납니다. 따라서 각 요인의 잔존 비율을 곱으로 누적해 최악값을 잡습니다.
C_wc는 최악 조건 실효 용량이고 단위는 μF입니다. k_T는 동작 온도 범위 끝단에서의 잔존 비율, k_AC는 실제 인가되는 AC 진폭에서의 잔존 비율, k_age는 수명 말기 경년 변화 후의 잔존 비율입니다. 세 값을 각각 0.85, 0.95, 0.90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이 값들도 부품마다 다르므로 데이터시트에서 확인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9.9 μF에 0.85를 곱하면 8.415 μF이고, 여기에 0.95를 곱하면 7.994 μF이며, 다시 0.90을 곱하면 7.19 μF입니다.
이 값을 식 (3)에 다시 넣으면 220을 7.19로 나눈 30.6이 나오고 개수는 31개가 됩니다. 표기 용량 기준의 10개, DC 바이어스만 반영한 23개, 요인을 모두 누적한 31개의 차이가 설계 여유의 실체입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정격 전압 여유를 넉넉히 잡으면 용량 감소가 해결된다는 생각입니다. 12V 동작점에 25V 정격 부품을 쓰면 전압 여유는 충분하지만, 앞의 계산은 그 25V 부품의 곡선에서 읽은 값으로 한 것입니다. 정격 전압은 절연 파괴와 신뢰성의 기준이고 용량 감소는 유전체 층에 걸리는 전계 세기의 문제라서 서로 다른 항목입니다. 유전체 한 층에 걸리는 전계는 다음과 같이 정해집니다.
V_dc는 인가 DC 전압이고 d는 유전체 한 층의 두께입니다. 같은 표기 용량에서 케이스 크기가 크고 정격 전압이 높은 부품일수록 유전체 층이 두껍거나 층수가 많아 같은 인가 전압에서 층당 전계가 낮아집니다. 식 (5)에서 d가 커지면 E가 작아지므로 감소율이 완화됩니다. 즉 감소율을 줄이는 수단은 정격 전압 숫자 자체가 아니라 케이스 크기와 유전체 구조이며, 그 대가로 실장 면적과 비용이 늘어납니다.
맺음말
이 글에서 구한 값을 다시 정리합니다. 표기 용량 22 μF, 정격 25V의 X7R 부품에 12V가 걸리고 감소율이 0.55라고 가정하면 식 (2)에서 실효 용량은 9.9 μF입니다. 요구 용량 220 μF를 만족하려면 식 (3)에서 23개가 필요합니다. 온도, AC 진폭, 경년 변화의 잔존 비율을 각각 0.85, 0.95, 0.90으로 누적하면 식 (4)에서 최악 조건 실효 용량은 7.19 μF이고, 이때 필요한 개수는 31개입니다.
실무에서 조심할 점은 세 가지입니다. 개수 산정의 분모는 언제나 동작점 실효 용량이어야 하며 표기 용량을 그대로 넣으면 뱅크 용량이 요구값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여유 계수는 더하지 않고 곱합니다. 각 요인이 독립적으로 겹치기 때문입니다. 정격 전압 여유는 신뢰성 항목이지 용량 감소의 대책이 아닙니다.
자기 설계로 옮길 때 확인할 항목도 분명합니다. 사용하는 부품 번호의 데이터시트에서 DC 바이어스 곡선을 찾아 동작점 전압의 변화율을 직접 읽고, 온도 특성과 경년 변화 항목의 잔존 비율을 함께 확인합니다. 요구 용량은 제품의 출력 전압과 과도 응답 규격에서 나오는 값이므로 예제 값을 그대로 옮기지 않습니다. 이 두 가지만 자기 값으로 바꾸면 위의 계산 절차는 그대로 적용됩니다.